130. 자동차산업의 네 번째 빅 뱅은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글로벌오토뉴스 조회 725 등록일 2021.01.04

자동차산업에는 세 차례의 빅 뱅이 있었다. 첫 번째는 20세기 초 포드의 대량생산이었다. 자동차는 장난감이라던 초기의 많은 전문가의 비판을 극복한 것은 헨리 포드의 파격적인 임금 정책이었다. 그때까지 하루 12시간 근무에 시급 2.54달러를 지급하던 것을 8시간 일하고 시급 5달러로 올렸다. 컨베이어 시스템의 지옥과 같은 작업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이탈하던 근로자들을 붙잡은 것은 다름 아닌 돈이었다. 그들은 저축이 가능했고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중산층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포드는 그때까지 부자들의 장난감이었던 자동차를 중산층들도 살 수 있는 대중화를 이끌었고 결과적으로 대량 생산 대량 소비를 가능하게 했다. 단지 자동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공산품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쉬워지면서 인류의 삶 또한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한 형태로 발전했다.


그런 자동차의 폭발적인 증가의 배경에 석유가 있다. 석유는 1879년 노벨 형제가 러시아의 바부에서 유전을 발견하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1886년에는 칼 벤츠와 고트리프 다임러가 휘발유 자동차를 만들었다. 석유는 19세기 말에는 등유용 정도로밖에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1901년 미국의 텍사스주에서 거대한 유전이 발견되면서 석유는 점차 부자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1908년 포드가 모델 T를 내놓으면서 석유는 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가장 극적인 사건은 1차 대전이었다. 영국이 대형 선박을 움직이는 에너지원을 석탄에서 석유로 바꾸면서 석유에 대한 시각은 급변했다.


본격적으로는 192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최초의 석유 시추탑이 세워지면서 권력으로 부상했다. 엑손, 모빌 오일, 셰브런, 걸프, 텍사코, 브리티시 석유, 로열 더치 셸 등 미국계 5사, 영국계 1사, 영국- 네덜란드 합작 1사 등 소위 말하는 세븐 시스터스로 불리는 종합석유회사가 등장한 것이 1920년대다. 1938년에는 쿠웨이트에서, 1948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유전이 발견됐다.


석유는 철도 시대에서 고속도로의 시대로 전이를 주도했다. 민영화로 부패한 미국의 철도 재벌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뿌리 깊은 반감과 결합해 석유를 사용하는 자동차는 미국인들의 개척정신에 걸맞은 새로운 탈 것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19세기 말 미국은 철도 왕국이었다. 1850년에 이미 3만 3,600km, 1870년에는 11만 km를 넘어섰고 1900년에는 36만 km에 달했다. 자동차회사들은 철도산업에 제공되는 보조금을 자기들에게 끌어들여 철도의 수송 대신 자동차의 이용을 늘리도록 했고 전차회사를 인수해 전차를 생산하지 않는 방법을 동원해 고사 시켜 버렸다.


두 번째는 20세기 말 토요타의 생산 방식이었다. 미국에 의해 산업의 형태를 갖춘 자동차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다. 그를 위해 미국 메이커들이 경쟁력이 약한 유럽 브랜드들을 인수하기도 하고 ‘모든 지갑이 원하는 차’를 만들어 넓혀갔던 시장이 위협을 받았다. 전 세계 자동차생산의 80%를 점유했던 미국 빅3의 위상이 달라진 것도 이때부터였다.


무엇보다 1970년대 대 차례 석유파동은 자동차산업의 지형을 바꾸었다. 그때부터 기름 덜 먹는 차의 필요성이 대두했고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해야 한다는 인식이 등장했다. 특히 대 배기량차 위주의 미국차들이 비난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도 미국은 해외 업체들의 공세를 무시했다. 더불어 1980년 레이건과 함께 영국의 마거릿 대처는 금융 자유화의 기치를 내걸었다. 그로 인해 영국 자동차산업이 몰락의 길로 들어섰고 2008년 GM의 파산보호신청이라는 미국인들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은 1,500만영의 제조업 종사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영국은 제조업 종사자가 800만 명에서 300만 명으로 줄었다.


지금도 금융 자유화를 배경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살아 있지만, 당시의 상황을 반추해 보면 금융 수익은 늘었을지 몰라도 실업은 증가했고 삶은 피폐해 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토요타의 생산 방식이 시선을 끌기 시작했고 판매가 급증했다. 더불어 일본 경제의 고도성장으로 세계는 경계하기 시작했다.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 등과 힘을 합해 프라자협의를 통해 환율정책으로 일본을 제압했다.


하지만 자동차회사들은 달랐다. 특히 토요타는 그때까지 연간 500만대 생산하는데 80만 명의 인원을 고용했던 GM과는 달리 400만대 생산하는데 7만 명으로 해결했다. 토요타 생산 방식의 핵심은 ‘저스트 인 타임’보다는 획기적인 비용 저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역마찰을 피하고자 현지 생산을 시작했고 ‘판매되는 곳에서 생산한다.’는 이론을 만들어냈다.


토요타의 생산기술혁신은 포드의 대량 생산기법과는 달리 자동화로 근로자의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장 확대로 인해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면 일자리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 토요타의 생산기업은 세계화를 촉발하고 확대한 것이다. 미국 내 빅뱅에서 세계 시장의 빅뱅으로 이어졌다.


그런 과정에서 금융업자들과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의 횡행으로 더 많은 이익을 원하는 주주들의 압박이 일상화됐다. 주식회사인 자동차회사들은 그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으나 특별한 대책이 없었다. 그런데 2001년 미국이 중국의 WTO가입에 동의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세 번째 빅뱅의 시작이다. 미국은 중국의 WTO 가입을 통해 시장화와 개방화로 중국 침몰을 노렸다. 이는 한 나라의 GDP가 미국 GDP의 40~50% 부근에서 공략해 성장을 막는다는 투키디데스 함정의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그런 미국의 기대와 달리 2015년 기준 미국 GDP의 63%를 넘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트럼프 정부가 내놓은 외형적인 정책 이전부터 보호무역주의, 미국 우선주의는 시대를 불문하고 추구되어 왔다. GATT나 플라자협의 때와 다른 점이라면 예상과 달리 세계의 돈은 중국으로 몰렸고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대박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부상에 관해 관심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는 것과 통하는 내용이다. 그것은 다분히 정치를 악용한 자본가들의 주장을 받아쓰기한 언론들의 책임도 크다. 많은 서구의 전문가들은 중국의 연간 자동차 판매 대수가 2,000만대를 돌파하자 비로소 중국의 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1992년 처음으로 100만대 생산을 돌파했고 8년만인 2000년에 200만대, 다시 2년만인 2002년에 300만대, 2003년에는 444만대 등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2005년에는 570만대로 늘었는데 이때까지는 승용차가 276만대, 상용차는 트럭과 버스를 포함해 293만대로 상용차가 더 많았다. 2007년 879만대로 증가하며 점차 그 폭발력이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그때 이미 중국 정부는 연간 판매 대수 2,000만대를 전제로 도로를 비롯한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었다. 연간 판매 대수 2,000만대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경험하지 못해 본 수치였다.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들의 중국 시장 전망에 관한 보고서도 어디까지나 그들에게 투자하는 자본가들의 눈을 가리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그중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전망치는 중국은 공급과잉과 시장포화로 1,600~1,800만대를 정점으로 성장을 멈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는 사이 글로벌 대형 자동차회사들은 20세기 말 연간 200만대 규모에서 2010년을 전후해 400만대로 성장했고 다시 10년이 되지 않아 1,000만대 업체로 성장했다. 중국 시장은 2017년 연간 2,880대로 그 어떤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시장을 만들었다. 자동차산업 사상 가장 큰 빅뱅이었다.


다시 미국이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로 대변되는 보호무역주의의 등장이다. 더불어 미국식 교육을 받은 식자들은 여전히 미국식 사고방식에 의해 미래를 전망한다. 더 정확히는 그들을 먹여 살리는 자본가들을 위한 분석과 전망을 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 19가 인류를 엄습하고 있다.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은 펜데믹은 2020년 지구촌 인간들의 삶은 통째로 바꾸어놓았다. 하지만 펜데믹은 여전히 빈곤층과 저소득층만 공격하고 있는 것 같다. 각국의 정부가 뿌려대는 양적 완화로 인한 유동성으로 자산 가치가 폭등하고 있다. 한국만 해도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으며 아파트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고 있다. 그만큼 중산층 이하 사람들의 삶을 더욱 피폐해져 가고 있는 것에 대해 언론(?)은 애써 외면하며 아파트값을 올리는 것을 부추기고만 있다.


그런데도 애널리스트들은 ‘위기는 기회’라고 외치며 새로운 빅뱅을 예측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여전히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석탄으로 굴리던 철도에서 석유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융성에 이어 이번에는 정보통신으로 굴러가는 전기를 사용하는 자율주행차가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운전하던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놓고 전방 주시를 하지 않아도 되면 그렇게까지 되기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의 등장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다. 더불어 당연히 스마트폰이나 차 안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이용하게 되고 그로 인한 컨텐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전통적인 자동차회사들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외부의 파괴적 경쟁자라고 하는 거대 기술기업들이다. GAFA, BATH라는 약어로 통하는 구글과 애플, 아마존, 바이두를 비롯해 테슬라 등이 꿈꾸는 미래를 칭송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을 통해 확인했지만, 극히 일부 자본의 배를 불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포드나 토요타, 중국 시장으로 인한 빅뱅처럼 일반인들의 고용을 늘리고 소득을 증대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에 의한 1%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자본가들의 수익 증대에만 기여할 것이다. 거시경지표의 향상으로 정치인들의 홍보 도구로 사용될 수 있겠지만 공존해야 하는 인류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





세계의 많은 석학은 지금 성장을 멈추고 덜 먹고 덜 쓰는 사회로 바뀌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탄소 사회의 종말(조효제 著, 2020년, 21세기북스 刊)은 지금의 위기를 지구, 생태, 빙하, 해수면, 북극곰의 문제로 프레임 하기보다 사람들 자신의 인권 문제로 보아야 한다며 생존을 위해 사고방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기후 위기가 인류의 실존에 관한 문제이고 기후 위기와 생태파괴를 자행하는 탄소 자본주의, 그것을 옹호하는 거대한 산업적 이해관계와 기업활동, 친 탄소 정치 권력 등을 ‘반인도적 범죄’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018년에 발간된 미국의 한 보고서는 미국의 자동차가 완전 자율 주행으로 바뀌게 되면 지금까지 미국의 연간 3조 마일의 운행거리가 8조 마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니까 한 대의 차로 여러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카 셰어링을 한다는 그럴듯한 그림의 결과가 도로 수요의 폭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2050 거주 불능 지구(The Uninhabitable Earth,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2019년 추수밭 刊)에 저자는 “무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3이 식품 생산 과정에서 비롯된다. 그린피스에서는 심각한 기후 변화를 피하려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육류 및 유제품 소비량을 절반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추정한다. 나라가 부유해질수록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고려한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우유를 먹느냐 안 먹느냐는 한 가지 문제에 불과하다. 값싼 전기, 자동차 문화, 몸매 관리를 위한 고단백 식단 등 포기하기가 훨씬 어려운 문제도 많다. 탈공업화 사회를 살아가는 선진국 시민은 굳이 어마어마한 편의를 마다하고서 이런 선택지를 고려하려 들지 않는다.”


우유와 전기, 자동차, 몸매관리는 선진국을 상징하는 것들이다. 역으로 말하면 선진국이 되기 위해 성장을 거듭할수록 환경은 파괴되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촌의 식량 생산은 급감하고 있고 더 나아가 영양소가 희석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인구는 증가하고 있고 식량 생산은 매년 5~6%씩 감소하고 있다는 것까지 포함하면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토양 황폐와 온난화로 인해 경작지가 북구 쪽으로 점차 이동한다는 것 등으로 인한 것이다.


환경에 관한 문제는 1960년대부터 인류의 새로운 도전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주주 자본주의 추종자들은 ‘성장과 발전’만 강조하고 있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도 ‘경제성장’이라는 화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자동차산업에서의 네 번째 빅뱅은 나타날까. 나타난다면 어떤 형태일까가 사실은 더 근본적인 질문이 되어 있다. 석유로 융성한 자동차가 석유로 인한 폐해로 인해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에 대한 어느 정도의 예측은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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