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유럽시장 배터리 전쟁, 한국 업체와 테슬라가 주도?

글로벌오토뉴스 조회 305 등록일 2021.02.08


전동화 시대로의 전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대전환이다. 앞선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으로 생산한 부품과 배터리를 이용해 제조된 자동차라야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차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그것을 저장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말하는 배터리는 배터리 팩을 말하는 것이고 그 배터리 팩은 배터리 셀로 구성된다. 지금 지구상에서 배터리 셀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많지 않다. 중국의 CATL을 비롯해 한국의 LG에너지 솔루션과 삼성 SDI, SK이노베이션, 일본의 파나소닉 등 아시아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배터리 전기차의 판매가 급증하자 유럽에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배터리 셀 개발과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스웨덴의 노스볼트가 유일하고 영국의 브리티시 볼트가 뒤를 잇고 있는데 두 회사 모두 스타트업이다. 아직은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하다는 얘기이다. 유럽의 전기차 상황과 배터리 셀 관련 현황을 정리해 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유럽시장의 2020년 전동화차 판매가 급증했다. 독일의 경우 3.1배 증가한 19만대가 판매되어 시장 점유율이 2019년 2%에서 7.4%로 증가했다. 프랑스와 영국도 전동화차 판매가 10만대를 넘어섰고 시장 점유율도 10%에 달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세 나라 모두 6%로 4% 증가했다. 반면 디젤차의 점유율은 독일 28%, 프랑스 31%로 각각 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EU가 2020 년부터 2021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새로운 이산화탄소 (CO2) 배출 규제로 인한 효과로 분석된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거액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절감 효과가 큰 EV를 잇달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국과 프랑스가 디젤차 등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에 대한 목표년도를 설정하는 등 적극적인 환경정책을 추진한 것도 작용했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대한 경제대책으로 전동화차 구입 보조금을 확대한 것도 한몫을 했다. 독일에서는 최대 9,000유로로 보조금을 인상했다.


이로 인해 12월 한달 배터리 전기차 점유율은 독일이 14%, 프랑스 11%, 영국 17% 등 큰 폭으로 증가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등 각각 2025년과 2030년에 가솔린차의 판매 금지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국가는 12월의 배터리 전기차 점유율이 각각 67%, 69%였다.


유럽 전체의 전동화차 판매대수는 70.5% 증가한 302만 1,762대였다. 그 중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51.3% 증가한 144만 7,973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3.1배 증가한 61만 9,129대, 배터리 전기차가 2.1배 증가한 74만 5,684대가 팔렸다.





그런데 이처럼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그 중심인 배터리 셀의 아시아업체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유럽 연합은 지난 11월 2025년까지 중국과 일본, 한국에서 수입되는 배터리 셀에 의존하지 않고 자급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자적으로 수입 셀에 의존하지 않고 빠르게 성장하는 EV 차량에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이런 전기차 판매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 셀 생산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영국의 스타트업 기업 브리티시볼트(Britishvolt)는 26억 파운드를 투자해 올 여름 착공해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영국 북동부 블리스 항구에 기가 팩토리를 건설한다.


공장은 3단계로 건설되며 2027년까지 연간 최소 30만 개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2027 년에는 3 천 명을 고용하게 되는데 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8천 명의 고용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는 한국과 중국이 세계 리튬 이온 배터리 셀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향후 유럽의 점유율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는 현재 한국 업체들이 가장 앞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삼성 SDI 등은 기존 공장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공장 건설을 추진하기도 하고 있다. 여기에 스웨덴과 독일에 생산 공장을 가진 노스볼트와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이 독일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 근처에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유럽에서의 배터리 생산은 한국업체가 앞서 있다. LG화학과 삼성 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 셀 업체가 밝힌 유럽 시장 배터리 셀 용량은 2018년부터 가동한 LG화학의 폴란드 공장이 2022년까지 65GW로 늘리고 삼성SDI의 헝가리 공장은 3GWH의 용량이 가동 중이다. 2020년 헝가리 공장을 준공한 SK이노베이션은 2023년까지 23GWh로 생산용량을 늘린다는 계획이었으나 1월 말 헝가리 3공장도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그렇게 되면 당초 목표였던 100GWh보다 많은 125GWh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 업체들의 목표치가 모두 완성되면 193GWh가 된다.





유럽업체들의 배터리 셀 공장 계획은 스웨덴의 노스볼트가 2021년에 착공해 2024년까지 32GWh 용량의 공장 건설을 발표했으며 노르웨이의 스타트 업 프라이어(Freyr)는 2023년까지 43GWh, 영국의 스타트 업 브리티시볼트가 2023년까지 30GWh, 프랑스 PSA그룹이 사프트와 공동으로 2023년까지 24GWh, 벨카가 2023년까지 16GWh, 폭스바겐과 노스볼트가 독일에 2024년까지 16GWh 용량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를 합하면 161GWh다.


그리고 중국의 S볼트가 독일에 2023년까지 24GWh, CATL이 독일에 2022년까지 14GWh, 패러시스 에너지가 독일에 2024년까지 10GWh의 배터리 셀 생산을 목표로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를 합하면 48GWh다. 이들 한국과 유럽, 중국 업체들의 생산시설이 모두 완공되면 2025년경에는 생산량이 402GWh가 된다.


그리고 관심을 끌고 있는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 기가 팩토리 공장을 건설해 당장에는 100GWh 용량을 생산하고 장기적으로는 250GWh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는 한국 업체들과의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까지 포함하면 652GWh가 된다.


이는 2019년 2GWh에 비하면 320배가 된다. 과연 이 목표가 제대로 달성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그보다는 두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배터리에 필요한 흑연, 망간, 니켈, 코발트, 리튬 등 원자재 문제는 해결 가능할까? 대부분 리튬 이온 배터리인데 전고체 배터리를 2022년에 실용화할 수 있다는 선언이 나오고 있는데 과연 그에 따른 문제는 없을까?


그런데도 이처럼 많은 업체가 유럽에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것은 유럽 각국의 내연기관 퇴출 정책 때문이다.


전동화에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영국 정부는 2020년 11월 가솔린 차량과 디젤 차량의 신차 판매를 2030년까지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 2월에 당초 목표였던 2040년에서 2035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는데 더 빨라진 것이다. 영국은 2021년 제26차 유엔 기후 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 (COP26)를 북부 글래스고에서 개최하는 것을 계기로 환경 대책을 다른 나라보다 강화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하기 위해 '그린 산업 혁명'이라는 제목으로 전동화와 재생 가능 에너지의 촉진 등 10개 항목의 대책을 내놓았다. 120억 파운드를 투자해 25 만 명의 고용을 창출할 계획이다. 전동화의 항목에 기가팩토리의 확충도 포함된다. 집권 보수당의 텃밭인 지방의 고용을 보호하겠다는 정권의 의도도 있다.


2020 년 영국의 신차 판매 대수는 약 160 만대. 이 중 전동화차의 점유율은 6.6 %로 전년의 1.6 %에서 급증했다. 정부가 2030년에 가솔린 · 디젤차의 판매를 금지해 이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와 독일은 2019년부터 정부차원에서 배터리 전기차용 배터리의 공동 개발 및 투자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을 위해 양국은 공동으로 50∼60억 유로 (약 6조 5천억원∼7조 8천억원)를 투자한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에어버스 배터리'로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공동 투자해 개발한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앞으로 4년 동안 독일과 프랑스에 각각 1곳의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각 공장에 약 1,500명의 인력을 채용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새로운 생산 공장에서는 전해질 액체가 사용되는 전지를 생산하고, 2025~26년까지 전고체 전지도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자동차, 에너지 분야 35개 기업이 이번 프로젝트에 40억 유로를 분담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는 전동화차용 배터리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세력이 앞서있는데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LCA규제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가 LCA규제 차원에서는 내연기관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많지만, 그 규제 도입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때까지의 해법으로는 배터리 전기차가 가장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의 유럽위원회가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테슬라와 BMW 등에 대한 공적 지원 허용을 담은 29억 유로 (35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승인한 것도 그런 움직임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는 배터리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2017년에 발족한 '유럽 배터리 얼라이언스'에 이은 것으로, 2028년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테슬라와 BMW뿐만 아니라 FCA그룹, 선라이트 시스템즈 등 42개 기업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EU는 2025년까지 자급자족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과 EU는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이 강했었지만 2020년 말 자유무역협정 (FTA)에 합의했다. 2021 년부터 무관세에 합의했지만, 역외에서 수입하는 원재료의 비중이 큰 제품은 무관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원산지 규정이 있다. 완성차에 사용하는 부품 중 영국제 이외의 비율이 45%를 초과하는 경우 무관세로 되지 않고 승용차에 최대 10%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 원산지 규정에 대해 영국 EU는 배터리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대해 단계적인 유예 기간을 마련했다. 2023 년 말까지는 60%까지 역외 부품을 사용해도 무관세가 적용되고 2024년 ~2026년 말에는 55%까지 무관세로 하기로 했다. 영국과 EU에서 건설 중인 기가팩토리가 2023년에 가동될 때까지 중국과 한국 등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영국 자동차 생산 대수는 전년 대비 29% 감소한 92만대였다. 이는 1984년 90만대 생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에 더해 코로나 19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에 빠진 것이다.


문제는 작년의 부진에 끝나지 않고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봉쇄가 계속되고 있는 등 펜데믹의 여파가 여전하고 EU와의 통관 부담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EU와 TFA 합의를 해 내기는 했지만 그런데도 비용 부담은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전체 생산 대수 중 절반을 차지하는 일본의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의 향후 행보에 따라 상황은 더 나빠질 수도 있어 보인다. 혼다는 이미 올 7월 철수를 선언했다. 토요타와 닛산도 공급망 재검토에 들어갔다.


특히 영국 정부 차원에서 2030년 이후 내연기관차 퇴출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페러다임 전환에 필요한 자원도 중요한 변수다. 그린 산업혁명이라는 타이틀로 120억 파운드를 투자해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공장 등에 나서고 있지만, 그 역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브렉시트로 인해 2020년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영국 자동차산업은 단지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0년 영국의 엔진 생산이 27%나 감소했는데 그 중 수출이 61%에 달한다는 점에서 역외 다른 국가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상황에서 배터리 전쟁이 어떤 형태로 업계의 지도를 바꿔 갈지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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