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유감 단종차 #8. 벤츠 엔진 그대로, 쌍용차 플래그십 세단 '체어맨'

오토헤럴드 조회 1,000 등록일 2020.03.12

1997년 10월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인 쌍용자동차 '체어맨'은 앞선 '무쏘'의 성공을 바탕으로 상용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 뿐 아니라 승용으로 라인업을 확장하려는 쌍용차의 포부가 느껴지는 모델이다. 체어맨이 세계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199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당시 김석준 쌍용차 회장은 주요 임원들과 전략회의를 통해 특장차 전문 브랜드에서 종합 자동차생산업체로 이미지 전환을 기획하는 등 쌍용차에게 체어맨은 여러가지 깊은 의미를 지닌 모델임에는 분명하다. 참고로 체어맨 1호차를 전달받은 김 회장은 약 18년 동안 33만 km를 주행한 후 2015년 쌍용차에 해당 차량을 기증할 만큼 체어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쌍용차의 첫 그리고 유일한 세단으로 기록된 체어맨은 프로젝트명 'W카'로 1993년부터 개발이 시작되어 4년 6개월간 50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되어 완성됐다. 차명 '체어맨(Chairman)'은 의장, 회장, 위원장 등을 뜻하는 단어로 우수한 성능과 고품격을 나타내며 최고급 승용차를 타는 운전자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준다는 의미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세단으로 체어맨에는 1993년 2월부터 기술제휴를 맺어온 메르세데스-벤츠와 공동개발한 배기량 3200cc 엔진이 주력으로 탑재되어 220마력의 최대 출력을 발휘했다. 여기에 당시로는 국산 동급 차량 중 가장 길고 큰 차체와 국내 최초로 정측면 충돌테스트를 실시해 북미안전도 규정을 만족시킨 부분 또한 눈에 띈다.

체어맨의 엔진은 이후 직렬 4기통 2300cc와 6기통 2800cc가 추가되며 총 3종의 라인업을 완성한다. 2300cc 엔진은 CM400, CM400S 등 두 가지 트림에 장착되어 벤츠의 4단 또는 5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렸다. 이 밖에 체어맨에는 보쉬의 4채널 ABS,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전자제어식 서스펜션 등 다양한 첨단 안전 장비를 탑재해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주목할 부분은 앞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최초 공개 당시 쌍용차는 체어맨의 수출 또한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기술제휴를 맺은 벤츠에서 체어맨이 수출될 경우 자사 차량과 경쟁이 불가피할 것을 예상해 계약 변경을 요구하고 체어맨의 대외 수출은 제한된다. 결국 체어맨은 이런 이유로 국내 시장 판매만 실시된다.

쌍용차 체어맨의 초기 반응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판매 개시 하루 만에 1000대가 넘는 계약을 따냈다. 당시 연간 판매 목표가 2000대 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또 하나 대부분 판매 트림이 최고급 사양에 주문생산 방식의 리무진 모델 계약도 130여 대를 달성했다는 것. 기술제휴를 맺은 벤츠의 인지도를 앞세우고 고급화 전략을 강조한 부분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다만 체어맨의 인기는 1997년 시작된 한국 경제의 IMF 위기와 맞물리며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내수 경기가 극도로 침체되자 대형 세단에 대한 구매력은 단번에 사라졌다. 또 쌍용차는 내부적으로 체어맨 개발에 막대한 투자와 당시 현대정공 갤로퍼의 출시로 SUV 시장의 선두를 빼앗기며 위기가 찾아온다. 이때부터 쌍용차는 대규모 투자를 통한 회생 전략을 펼쳤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적자만 계속되면서 결국 1998년 대우그룹에 매각된다.

다만 체어맨은 엠블럼을 변경하고 대우자동차의 거대 영업망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판매를 이어간다. 이 역시 대우그룹이 1998년 워크아웃을 신청하기까지 1년여 기간이다. 이후 체어맨은 2003년 다시 쌍용차의 품에서 부분변경모델 뉴 체어맨으로 거듭나며 명맥을 이어가다 체어맨 W, 체어맨 H 등 다양한 변형을 선보인 이후 2017년 고급 세단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 밀려 단종 수순을 밟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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