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세계 5위 한국 시장에서의 위상과 고민

글로벌오토뉴스 조회 148 등록일 2020.01.15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2020년 1월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2019년의 실적과 2020년의 목표, 그리고 브랜드의 미래에 대한 비전 등을 제시했다. 유럽 자동차회사들은 연례행사로 글로벌 기자들을 대상으로는 본사에서는 물론이고 각 나라에서의 기자간담회도 개최한다. 전통적인 미디어들은 주로 실적에 관심을 보이고 자동차 전문지들은 제품과 기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보통이다. 올해의 메르세데스 벤츠 기자간담회는 잘나가는 한국 시장의 실적이 부각됐지만 동시에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로 인한 부담도 느껴졌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의 2019년 한국 시장 판매 대수가 전년보다 10.4% 증가한 7만 8,133대로 집계됐다. 이는 4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의 기록이다. 또한 1.5% 감소해 6만 6,553대가 판매된 일본보다 많이 판매된 수치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글로벌 판매가 1.3%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엄청난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 독일,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판매된 시장이다.

수치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의 상승세는 양산 브랜드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의 고공 행진은 여타 양산 브랜드들과 극명하게 대조되며 세상을 읽을 수 있는 데이터가 되기에 충분하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비롯한 독일 프리미엄 3사와 고가의 럭셔리카를 무기로 하는 하이퍼카들의 경쟁력은 제품보다는 브랜드에서 기인한다. 그들은 자신의 기준을 넘는 차 만들기를 하는 단계에 들어선 지 오래며 이제는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것을 프리미엄 마케팅이라고 한다.

프리미엄 마케팅을 쉽게 풀어 쓰면 사용자들의 충성도를 끌어 올리는 것이고 그들에게 메르세데스 벤츠를 구매할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다.


20세기 말 세계화라는 단어의 등장으로 판매하는 곳에서 생산한다는 논리가 모든 시장에 통용되지는 않지만, 프리미엄 마케팅은 비전 제시와 지역사회에의 공헌을 우선으로 꼽는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에 대해 혁신과 제품 비즈니스, 고객 만족, 기업 책임이라는 화두를 내 세웠다.

혁신은 지속가능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2016년 파리오토살롱을 통해 C.A.S.E.라는 화두를 가장 먼저 제시한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동화차 브랜드 EQ의 출시와 이번에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한 스터디 모델 ESF 2019로 미래 자동차의 모습을 선보였다. 블로콥터나 셰어링 부문에 관한 것도 있지만 전통적인 완성차업체의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개념의 자동차를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래의 탈것에서도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하는 의도다.

이는 구글이 2018년 완전 자율주행차를 시판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현되지 않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자동차산업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것을 말해 주기도 한다. 물론 그런 외부의 파괴적 경쟁자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다 보니 영업 이익이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전 세계에서 임원 10%를 줄인다는 등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고민도 있다.

당장에는 미국식 유니콘 기업들처럼 투자를 기다리기보다는 제품의 판매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고 그로 인한 기술 개발을 하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라인업 구축 계획이 말해 주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19년에 5개의 풀 체인지 모델과 5개의 부분 변경 모델, 그리고 30여 개의 파생 모델을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 2020년에는 9개의 풀 체인지 모델과 6개의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하는 등 더 공격적인 제품 전략을 공개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메르세데스 마이바흐의 풀만과 마이바흐 GLS, 그리고 고성능 디비전 AMG 라인업의 대대적인 확대다. 한국은 고가모델이 잘 팔리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전동화로 구분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6종,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이 9종이다.

자율주행은 세간의 시선을 끌고 있지만 아직은 화두 수준이다. 레벨4와 5의 완전 자율주행은 셔틀버스나 한정된 공간 내에서 운행되는 차량은 머지않아 도로 위에 등장할 수 있지만, 개인용 승용차는 아직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제시할 수준은 아니다.

이런 점 때문에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개최하는 등 주행성을 위한 이벤트를 통해 ‘달리는 즐거움’이 경쟁력의 원천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BMW가 영종도에 자체적인 드라이빙 체험코스를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 번째로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해 네트워크를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네트워크는 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58개의 공식 전시장과 68개의 공식 서비스 센터, 21개의 공식 인증 중고차 전시장, 그리고 1,169개의 워크베이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 2,405명이었던 딜러사 직원 수가 2019년에는 5,721명으로 늘었다. 경기도 안성의 부품물류센터에 35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해 두 배로 확장했으며 주요 부품 기준 공급률을 99%로 끌어 올렸다.

기업 책임이라는 지역사회에의 공헌에 대한 프로그램도 메르세데스 벤츠의 약속이라는 슬로건 아래에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 프로그램, 산학협동 자동차 전문 교육, 임직원 참여형 봉사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에는 기부 프로그램인 메르세데스 벤츠 기브를 통해 사회공헌활동도 늘려가고 있다. ‘기브앤레이스(GIVE ‘N RACE)’의 경우 2019년 5월 서울시와 협업으로 진행한 제4회 대회까지 누적 참가자 4만여 명, 총 기부액 약 22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메르세데스 벤츠 사회공헌위원회의 총 기금액은 2019년 말 기준 208억 원에 달한다.

자동차회사들은 지금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한 탄소 중립은 물론이고 인공지능과 결합한 커넥티비티 기술과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전동화에 대해서도 속도를 내야 한다. 더불어 사회 인프라의 효율적인 사용이라는 공유경제 개념의 Shared & Service에 대한 연구도 멈출 수 없다.


Shared & Service 개념의 카셰어링 사업을 2008년 가장 먼저 시작한 메르세데스 벤츠는 2019년 BMW와 합작회사를 설립했지만, 북미의 단기 렌탈서비스 시장에서 철수하고 유럽의 세 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이는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회사들이 제공하는 차량공유 관련 서비스는 GM이 캐딜락의 구독 서비스 Book by Cadillac을 중단하고 메이븐의 사업을 축소했으며 포드도 지난봄 사업 중단을 선언하는 등 수익성으로 인한 문제점이 드러난 상태다. 모든 자동차회사가 자동차 공유를 통한 자원 절약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올해에도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실적을 강조함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이동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해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뒤돌아보면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탈 것의 미래’도 야금야금 달라지며 어느 순간 다른 세상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에 비용을 절감해야 하고 판매를 늘려야 한다는 절박감도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소비자들이야 당장에 남들과는 ‘다른’ 차를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는 점에 대해서 확대되는 라인업을 환영할 수 있지만, 제품을 공급하는 입장에서는 거대한 흐름의 변화에도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 최대 시장 중국의 부진과 미국 시장의 침체 등으로 인한 터널을 어떤 식으로 타개할지 주목된다. 그것은 메르세데스 벤츠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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