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SUV의 시대, ‘그들’만의 해법..롤스로이스 ‘컬리넌’

데일리카 조회 1,259 등록일 2019.05.20
롤스로이스, 컬리넌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벤틀리 벤테이가도 타봤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도 타봤지만, 이처럼 부담스러웠던 시승을 경험한 건 오랜만이었다. 롤스로이스 컬리넌에 대한 이야기다.

별 신경을 쓰지 않았을 시승차의 외관 점검에도 기존 보다 몇 배의 시간을 할애했다. 출고 전 차량을 검수하는 굿우드 장인들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괜한 노파심도 앞섰다.

시트는 어찌나 편안하고, 양털로 짜여진 바닥 매트는 어찌나 고급스럽던지. 흰 장갑을 끼고, 맨발로 운전해야 할 것 같은 기분까지 들게 했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 ‘최고’로 시작해 ‘최고’로 끝나는 모든 것들

구체적인 수치를 늘어놓는 것도 의미는 없다. 컬리넌의 덩치는 물론, 환희의 여신상과 파르테논 그릴이 주는 위압감 때문이다.

롤스로이스 앞에 선 20대의 끝을 바라보는 직장인은 초라하기가 그지없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를 보면, 그 아름다움에 매혹되는데, 롤스로이스는 압도된다. 가히 ‘세계 최고의 차’라 불릴만 하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내 차’가 아니라 그런 것일까. 가져본 적이 없으니, 롤스로이스를 소유했다는 느낌은 평생 알지 못할거다.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트렸을 때의 기분과 비슷할 것이라 짐작만 할 뿐이다.

어쩌면, SUV는 롤스로이스 고유의 비례를 만들어내기에 최적일지 모르겠다. 긴 보닛과 짧은 리어를 갖춘 특유의 비율은 컬리넌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파르테논 그릴 그 자체만으로 대변되는 전면부는 강인한 인상이다. 다소 유연한 인상을 주는 벤틀리와 달리, 그 무엇과도 타협은 없을 것 같은, 보수적인 색채를 짙게 풍긴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전고는 1835mm. 차에 오르고 내리기가 버겁지만, 자연스레 내려오는 사이드 스텝은 탑승자의 ‘품위’를 잃지 않게 해준다. 트렁크를 열기 위한 버튼도, 문 손잡이의 위치도 세심하다.

엔진룸은 키 181cm의 성인 남성이 열기에도 부담스럽다. 까치발을 서야한다. 하지만 롤스로이스 차주가 엔진룸을 열어볼 일은, 어지간한 자동차 매니아가 아닌 이상 없을거다.

단 한번의 터치로 열리는 도어를 열고 들어가면, 고급 호텔의 거실을 연상케 하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그 흔한 플라스틱은 찾아볼 수 없다. 가죽과 금속, 우드 소재 뿐이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문을 닫으려니 그 흔한 도어 캐치를 찾을 수 없다. 알고 보니, 모든 문은 버튼 한 번으로 닫을 수 있다. 묵직한 도어를 당겨 감는 모터 소리 하나도 들을 수 없을 만큼, 정숙하게 닫힌다.

밖에서 닫아주지 않는 이상, 스스로 닫으려면 버튼 한번의 터치 만으로 끝나는 것. 이런 세심함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에어컨을 오랜 시간 작동시키니, 송풍구엔 얼음물을 담은 물컵처럼 물방울들이 맺힌다. 도금 소재일까 싶어 손가락으로 튕겨보니, 묵직한 감각과 청아한 금속 소리가 대비를 이룬다. 어느 한 곳 허투루 만든 곳이 없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시트는 여느 고급 소파를 연상케 하듯 푹신하고 안락하다. 물침대 같은 푹신함이 아닌, 약간의 단단함이 공존한다. 오래 앉아있어도 어디 한군데 배기지 않는, 시트 이전에 최고의 의자다. 가죽 소재는 팔뚝 안쪽 살을 만지는 듯한 부드러운 촉감이다.

쇼퍼드리븐 성향이 짙은 롤스로이스인 만큼, 2열 공간에 대한 배려도 남다르다. 개별 모니터와 테이블은 더 이상 신기한게 아니지만, 이 또한 힘을 들이지 않고 단 한번의 터치로 나타나는 배려감은 인상적이다.

운전자의 상반신은 정확히 차체의 필러 뒤편에 위치한다. 때문에 문이 열려있건, 닫혀있건, 운전자의 얼굴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탑승자의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배려한 결과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시승 차량의 2열 시트는 폴딩 기능이 내장된 라운지 시트(Lounge Seat)다. 롤스로이스 최초로 ‘폴딩’이 가능한 시트. SUV에선 흔하지만, 롤스로이스에서 이런 ‘실용적인’ 기능을 보려니 새삼 신기하다.

■ 무언가를 이 차에 비교한다는건 실례였다

한 플랫폼으로 수십가지 차종을 만들어내는 시대. 이는 여느 럭셔리 브랜드건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롤스로이스가 가는 방향은 조금은 다르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컬리넌에 적용된 ‘럭셔리 아키텍쳐(Architecture of Luxury)’가 그 주인공. 100%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된 이 뼈대는 BMW그룹 내에서 딱 두 대 만이 사용하고 있다. 팬텀과 컬리넌.

그 위에 얹어진 엔진도 버겁기 그지없다. 무려 6.75리터 12기통 트윈터보 엔진이 그 주인공. 팬텀과 공유되는 완전히 새로운 V12 엔진의 출력은 563마력. 86.7kg.m에 달하는 최대토크는 1600rpm에서부터 쏟아져 나온다.

사실, 주행 감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풀어내야 하는데, 이 차의 승차감은 부드러움과 기품을 잃지 않는 움직임 정도 뿐으로 요약된다. 첨언하자면,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좋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시동이 걸리고 기어를 드라이브 레인지(D)에 두면, 2.6톤의 거구는 말 그대로 미끄러져 나간다. 차가 움직인다는 걸 흔히 ‘굴러간다’고 표현하지만, 컬리넌은 ‘미끄러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마치 초호화 특급열차를 타고 있는 듯, 실내는 고요하고 노면의 진동은 철저히 걸러진다. 롤스로이스가 표현하는 말 대로 ‘매직 카펫 라이드’가 정확하다. 정말 마법의 양탄자를 타는 듯 한 기분이다.

이 감각은 가다 서다를 멈추는 시내건, 도심의 간선도로를 달리는 고속 주행이건 별반 차이가 없다. “아 정말 좋네요”라며 담장자에게 의례적인 말을 전한 이후엔, 한참의 정적이 유독 도드라질 정도로 조용하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조금 과격하게 몰아 붙일 때엔 어떨까 궁금했다. 12기통 엔진이 얹어진 BMW M760Li를 탔을 때처럼, 반전의 묘미를 보여줄까 싶었는데, 가속 페달을 끝까지 전개해도 그 품위를 잃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롤스로이스는 시작부터 끝까지 우아함을 놓치지 않는다”는 홍보 담당자의 말처럼, 가속 페달에 체중을 싣는 순간 까지도 평화롭고 우아하다. 마치 달려나갈 때에도 체면을 잃지 않겠다는, 그런 모습이다. 물론 이런 달리기 실력에 탄식을 내지르고 있을 때면, 속도계는 어느덧 아득히 저 먼 곳에 위치해 있기 마련이다.

롤스로이스에 언제부터 이런 노하우가 있었을까 싶은데, 코너에서도 그 품위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SUV인 만큼, 무게 중심이 높을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불안한 움직임은 없다. 지극히 안정적인 자세로 기울어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아주 부드럽게, 제 위치로 돌아온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컬리넌은 뉘르부르크링은 물론, DMZ를 제외한 세계의 온갖 험지에서 까다로운 주행 시험을 마쳤다. 롤스로이스는 그 만큼 뛰어난 주행 성능을 자신하지만, 오프로드를 주행해보지는 못했다. 그럴 엄두는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컬리넌,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차...

고급스럽고, 편안한 주행 감각에, 공간과 성능도 넉넉하다. 못 가는 길도 없다. 가히 완벽한 차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SUV가 대세라곤 하지만, 롤스로이스는 자신들 만의 SUV를 만들어낸 모습이다. 시대에 편승했을진 모르겠지만, 컬리넌은 철저히 롤스로이스 만의 색채를 입은 전혀 새로운 차다.

그런 점에서 이를 SUV라고 정의하기엔 어려워보인다. 컬리넌은 SUV기 전에 ‘롤스로이스’였다. ‘새로운 유형의 롤스로이스’라고 정의한다면,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컬리넌의 국내 판매 가격은 4억6900만원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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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명
    롤스로이스
    모기업
    BMW AG
    창립일
    1905년
    슬로건
    The Best Car in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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