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내연기관 퇴출, 전기차 제조사 목줄 잡는 '정책의 묘수'

오토헤럴드 조회 873 등록일 2020.10.22

한국은 물론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가 자동차 내연기관 퇴출에 열을 올리며 몰아 붙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정책들을 모두 종합해 보면 이르면 2025년, 늦어도 2030년이면 휘발유나 경유를 사용하는 전통적인 자동차는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해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 멸종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내연기관차 멸종에 대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순수 전기차를 포함하는 전동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내연기관차를 더는 팔지 못하게 하겠다고 정부가 엄숙하게 선언하고 엄포를 하고 있으니 도리가 없다. 뭐가 됐든, 수단과 방법, 막대한 비용이 들더라도 팔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셈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전용 플랫폼 E-GMP를 론칭하고 오는 2024년까지 순수 전기차 3종 공개 계획을 밝혔다. 기아차도 2027년 순수 전기차 7개를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글로벌 완성차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GM, 포드, 폭스바겐, 르노, 푸조 등 생산 규모가 큰 제조사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신종 전기차를 개발했거나 하고 있고 기존 생산 라인을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교체하거나 새로 공장을 짓고 있다.

차급, 차종까지 다양해지면서 올해를 기점, 내년을 전기차 시대 원년으로 보는 관측이 많아졌다. 전기차가 생산과 수요 측면에서 빠르게 규모를 확장한 데는 각국 정부 지원이 전폭적으로 이뤄진 덕분이다. 전기차를 구매할 때 보조금을 주고 보유 단계까지 제공하는 혜택이 기여했다. 이런 방법으로 내연기관차 두 배 가량인 전기차 가격을 비슷한 체급을 가진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끌어내려 구매욕을 자극했다.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여기저기 수 만개 공짜 전기 충전기를 설치해 주기도 하고 충전기 설치비를 지원해주고 전기 요금도 깎아줬다. 올해 전기차 성능 개선을 위한 R&D, 충전소 구축 등 친환경차 보급 등에 쓰라고 정해준 우리나라 예산은 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전기차를 만들어 낸 것은 제조사였지만 이 정도 인프라가 깔리고 보급이 이뤄진 것은 정부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완성차가 깊게 고민해야 할 일이 생기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초강경 유럽 환경 규제, 그리고 내연기관을 조급하게 퇴출하려는 움직임이 완성차 목줄을 죄게 될 것이다.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고 아예 폐지해도 내연기관차를 규제하면 제조사가 그 부담을 떠안거나 비싼 가격에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소비자 부담도 당연히 늘어나게 된다.

이런 현상들은 벌써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제조사가 전체 판매량에서 전기차와 같은 무공해 차량을 일정 비중에 맞추도록 했다. 동시에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 혜택은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에서 자동차를 팔려면 일정 비중 전기차를 어떤 형태로든 팔아야 하는데 보조금이 없다고 상상을 해보자.

선택권을 쥔 소비자는 보조금 삭제로 비싸진 전기차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의무 대수를 채워야 하는 제조사는 공짜로라도 전기차를 팔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테슬라와 같이 무공해 자동차 판매량을 초과한 업체에서 EV 크레딧을 구매해야 한다.

유럽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북유럽, 영국 등 큰 시장일수록 전기차 지원이 활발하지만 제조사들은 비슷한 우려를 하고 있다. 노르웨이 경우 지금은 파격적인 지원으로 내연기관차보다 싸게 전기차가 팔리고 있다. 내연기관차를 사지 않도록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어느 날 전기차만 팔도록 했을 때 대부분 완성차가 목줄을 잡힐지도 모를 일이다. 주행거리나 성능이 아닌 '가격'으로 경쟁해야 하는 전기차 세상이 올 것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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