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때문에 사라진 캐나다 최초의 슈퍼카 'MCV CH4'

오토헤럴드 조회 489 등록일 2019.06.24

캐나다는 연간 약 25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자동차 생산 대국이지만, 자국의 독자적인 자동차 브랜드가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캐나다에서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혼다, 토요타 등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타국 브랜드의 자동차만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도 자체적인 브랜드의 자동차, 그것도 슈퍼카가 나올‘뻔’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순히 설계도에 그친 게 아니라 실제로 설계가 완성돼 주행 가능한 프로토타입까지 제작됐지만 결국 양산이 좌절된 비운의 슈퍼카, MCV CH4의 이야기다.

환상이 돼버린 CH4의 탄생은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버트J. 워델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 ‘모션 콘셉트 비클(Motion Concept Vehicles)’라는 이름의 회사를 차린다. 90년대 초는 세계 각지의 내로라하는 사업가들이 너도나도 슈퍼카 만들기에 혈안이 돼 있던 시기였다. 유럽에서는 레이스카를 그대로 도로 위로 옮겨놓은 듯한 고성능 슈퍼카들이 쏟아져 나왔고, 워델 역시 캐나다의 첫 독자 브랜드 슈퍼카를 만들고자 했다.

그가 구상한 슈퍼카는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강력한 성능을 자랑했다. 진공성형 카본파이버로 만든 초경량 섀시에 GM에서 공수한 노스스타 4.6L V8 엔진을 미드십으로 얹고, 여기에 트윈 슈퍼차저를 조합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특이한 건 연료였다. 바로 휘발유나 경유가 아닌,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

천연가스 연료를 사용하는 건 여러 이점을 가져왔다. 우선 옥탄가가 높은 천연가스의 특성을 살려 성능을 높이기가 수월했다. 게다가 캐나다는 세계적인 천연가스 생산국인 만큼, 천연가스 슈퍼카가 좋은 홍보 수단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천연가스 기업들의 후원으로 개발도 순조롭게 이뤄졌다.

이렇게 탄생한 결과물은 지금 기준으로도 매우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다. 트윈 슈퍼차저 V8 천연가스 엔진은 450마력의 최고출력을 자랑했고, 카본파이버와 경량 소재를 아낌없이 투입해 공차중량은 1065kg에 불과했다. 0-100km/h 가속을 마치는 데에는 4.5초면 충분했다. 캐나다 첫 슈퍼카이자 세계 최초의 천연가스 슈퍼카 프로토타입에는 천연가스의 주 성분인 메탄의 화학식에서 따온 ‘CH4’라는 이름이 붙었다.

CH4는 1995년 캐나다 국제 모터쇼에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캐나다인들은 물론 해외 자동차 콜렉터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워델은 자신이 만든 슈퍼카에 대해 “100만 달러짜리 인디카와 같은 수준의 슈퍼카를 25만 달러(한화 약 2억 9000만 원)에 파는 걸 목표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CH4의 소비자가격은 22만 5000달러(한화 약 2억 600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쏟아지는 관심에도, 막상 맨손으로 시작한 슈퍼카를 양산에 이르게 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랐다. 워델은 자신의 동료 엔지니어들과 함께 주행 가능한 프로토타입 한 대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이런 슈퍼카를 안정적으로 양산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가 목표로 한 생산량은 주 2대, 연간 100대 수준. 총 목표 생산량은 350대로, 1998년부터 약 3년 반에 걸쳐 수작업으로 제작할 계획이었다. 설계가 완료됐고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니 투자자를 구해 공장만 세워진다면 CH4는 곧바로 양산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슈퍼카보다 훨씬 매력적인 투자처가 등장한 것이다. 바로 인터넷이었다. MCV가 설립된1990년대 초, 월드와이드웹(WWW)이 탄생하면서 인터넷 세계는 빠르게 확장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CH4의 양산 준비가 한창이던 1990년대 중순부터는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고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말 그대로 ‘인터넷 혁명’이 시작되면서, 투자자들은 더 이상 자동차, 그것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캐나다산 천연가스 슈퍼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결국 공장 건설이 좌초되면서 CH4 프로젝트는 표류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워델의 아내가 암 진단을 받아 간병할 사람이 필요해지면서, 워델은 수 년간 야심차게 준비해 온 CH4의 양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1998년 MCV는 문을 닫았고, 캐나다 첫 슈퍼카의 꿈도 환상으로 남게 됐다.

그나마 다행인 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CH4는 아직도 온전히 보관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유자는 바로 MCV를 설립한 로버트 워델 본인이다. 그는 캐나다 방송사 CTV와의 인터뷰에서 “비록 CH4는 출시되지 못했지만, 여전히 근사한 차”라며, “20년이 지났음에도 처음 이 차를 봤을 때의 감동은 사라지지 않았다”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MCV CH4가 양산됐다면 캐나다 첫 슈퍼카, 세계 최초의 천연가스 슈퍼카 등 여러 기록을 남겼을 것이다. 인터넷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전설이 되었을지도 모를 슈퍼카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만든 셈이다.


김주영 기자/DH@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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