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역사의 시작 #27. 최초의 공로용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350 GT'

오토헤럴드 조회 234 등록일 2019.02.07

성공한 기업가 페루치오 람보르기니(Ferruccio Lamborghini)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자동차 회사를 세운 것은 1963년의 일이다. 자동차 애호가였던 람보르기니는 페라리를 포함해 이미 스포츠카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차를 직접 만들 생각이었다. 당시 명망있던 스포츠카 회사들은 대부분 모터스포츠에 출전하면서 경주차 기술과 설계를 바탕으로 일반 도로용 스포츠카를 만들어 팔았다.

그런 차들이 운전 편의성과 호화로움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람보르기니는 순수하게 일반 도로 주행에 초점을 맞춘 고급 스포츠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람보르기니가 스포츠카 설계를 처음 맡긴 사람은 프리랜서 설계 컨설턴트였던 조토 비차리니(Giotto Bizzarrini)였다. 페라리에서 일하다가 독립한 그는 람보르기니의 주문을 받고 V12 3464cc DOHC 엔진과 파이프를 입체적으로 용접한 스페이스 프레임 섀시를 개발했다.

디자인은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와 베르토네를 두루 거친 프랑코 스칼리오네(Franco Scaglione)가 맡았고, 그가 빚어낸 날렵한 2도어 쿠페의 차체는 카로체리아 네리 & 보나치니(Neri & Bonacini)가 생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제차는 350 GTV(Gran Turismo Veloce)라는 이름으로 1963년 10월에 토리노 모터쇼에서 공개돼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350 GTV가 완성되기 전에 람보르기니와의 마찰로 비차리니가 손을 떼었고, 람보르기니는 개발을 이어나가기 위해 위해 페라리와 마세라티에서 일했던 엔지니어 잠파올로 달라라(Giampaolo Dallara)를 영입했다. 여기에 파올로 스탄자니(Paolo Stanzani)와 테스트 드라이버이자 섀시 조율 전문가인 밥 월레스(Bob Wallace)가 참여하면서 제대로 된 개발 팀이 꾸려졌다.

이들은 채 완성되지 않은 V12 엔진과 섀시를 대량 생산과 일반 도로 주행에 알맞게 손질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특히 비차리니 설계의 엔진은 경주차용으로 쓰기에 알맞은 것이어서, 내구성과 유지관리 편의성, 비용 등을 고려해 대대적인 손질이 이루어졌다. L350이라는 이름의 새 엔진은 원래 드라이섬프(강제 순환) 방식이었던 윤활계통이 일반적인 웻섬프 방식으로 바뀌었고, 카뷰레터도 수직형 대신 평범한 사이드 드래프트 방식을 썼다.

그와 더불어 캠 단면 형상을 다듬고 압축비를 11:1에서 9.4:1로 낮추는 등 일반 도로 주행에 걸맞게 조율했다. 엔진은 실린더 블록과 헤드 모두 알루미늄 합금을 썼지만, 주요 부품은 재질을 좀 더 일반적인 것으로 바꿨다. 카뷰레터 형식을 바꾸면서 보닛 높이도 낮출 수 있었다. 1963년 10월에 있었던 첫 시험에서 L350 엔진은 270마력의 최고출력을 냈다. 이어 1964년 3월에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 양산 모델인 350 GT가 공식 데뷔했다.

350 GT의 섀시는 대량생산을 고려해 카로체리아 투링(Touring) 특허의 수퍼레제라(Superleggera) 설계로 바뀌었고, 350 GTV의 디자인을 손질한 알루미늄 합금 차체도 투링에서 만들었다. 350 GTV에서 쓰인 회전식 수납형 헤드램프는 양산 모델에서 고정식으로 바뀌었다. 섀시는 초기에는 네리 & 보나치니에서, 나중에는 마르체시(Marchesi)에서 조립했고, 완성된 섀시는 투링으로 옮겨져 차체와 결합한 뒤에 람보르기니 공장에서 최종 작업을 했다.

양산형 350 GT의 차체는 휠베이스가 길어졌지만 전체 길이는 시제차와 같았다. 또한, 네 바퀴 모두 독립 서스펜션과 걸링(Girling)에서 만든 진공 서보 배력식 디스크 브레이크가 쓰였다. 엔진 최고출력은 284마력으로 높아져, 시속 100km 정지가속 6.8초, 최고속도 254km의 성능을 낼 수 있었다. 나중에는 최고출력이 320마력까지 높아졌고, 일부 차에는 차동제한 디퍼렌셜도 쓰였다.

실내는 스티어링 휠과 내장재를 가죽으로 감싸 호화롭게 꾸몄고, 좌석은 편안하면서도 몸을 든든히 감싸는 형태였다. 초기형 아홉 대는 실내 뒤에 좌석 한 개가 더 있는 2+1 좌석 구성이었지만, 나중에 나온 차들은 뒷좌석을 없애고 짐을 실을 수 있도록 마감했다. 1964년 5월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350 GT는 연말까지 겨우 13대만 생산되었지만, 수요에 발맞춰 생산량이 늘어났다.

대부분 2도어 쿠페로 만들어졌지만, 350 GTS로 불린 두 대의 오픈 카도 만들어졌다. 350 GT는 1966년까지 120대가 생산되었고, 이후 엔진 배기량을 3929cc로 키워 400 GT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데뷔 당시 페라리가 팔고 있던 250 GT보다 비슷하거나 좀 더 우월한 성능을 냈던 350 GT와 더불어 람보르기니는 성공적으로 스포츠카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후로 람보르기니는 특별한 디자인과 강력한 성능을 겸비한 스포츠카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게 된다.


류청희 칼럼니스트/webmas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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