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라브4 하이브리드의 신선한 변화 '오프로드'까지 장악

오토헤럴드 조회 1,644 등록일 2019.05.23

이전 세대까지 라브4는 순둥이였다. 생김새가 그랬고 그나마 평균치 수준이었던 동력 성능도 수치와 다르게 실전에서는 제맛을 내지 못하고 밋밋했다. 4세대부터 어느 정도 촌티를 벗고 파워트레인을 2.5ℓ 다이내믹 포스로 교체해 힘을 보탰지만, 라브4에 대한 평가는 늘 수더분함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기본기에 충실하면 된다는 토요타의 고집은 그러나 5세대 뉴 제네레이션 라브4에서 크게 꺾였다. 생김새는 저돌적으로 변했고 다이내믹 포스 엔진은 이름만 가져왔을 뿐 예전과 전혀 다른 찰진 힘을 보여줬다. 이런 자신감 때문일까. 한국 토요타는 라브4, 그것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과감하게 강원도 춘천 소남이섬 오프로드에 태우는 도전에 나섰다.

하이브리드카로 오프로드를 체험했던 기억은 지금까지 없었다. 이전에 소남이섬 자동차 행사는 대부분 굵직한 브랜드의 정통 RV를 위한 것이었다. 섬 안팍으로 적당한 난이도의 오프로드가 있고 요즘같은 갈수기면 드러나는 자갈길, 모랫길, 경사로 등 천연 장애물을 극복하는 사륜구동의 성능을 보여주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어서다.

오프로드 체험 코스의 난도가 낮지도 않았다. 모굴의 깊이, 경사로의 기울기, 자갈길 등이 이전에 BMW X5,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가 헤집고 다녔던 코스 그대로였다. 한국 토요타 관계자는 "도심형 SUV 이미지가 강한 라브4 하이브리드기 아웃도어, 레저와 같은 야외 활동에서도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라브4 하이브리드의 전자식 AWD(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 토요타는 E-Four라고 부른다)는 전륜을 기본으로 하면서 험로를 만나면 최대 80%의 동력을 후륜으로 보내 탈출을 돕는 방식이다. 일반 공로 주행에서도 급선회, 경사로 등 필요한 순간이 오면 적절하게 전ㆍ후륜에 동력을 배분, 항상 매끄럽고 안정적인 자세의 주행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5세대 라브4 하이브리드에 추가된 ‘트레일 모드(Trail mode)’의 기능도 인상적이다. 노멀 모드로는 탈출이 쉽지 않은 소남이섬의 웅덩이, 경사로와 같은 험지를 만나면 100% 모터의 힘으로 후륜을 돌려 차체를 수월하게 밀어낸다. 전날 출시행사에서 사에키 요시카즈 토요타 라브4 치프 엔지니어는 "차명에 네바퀴 굴림을 뜻하는 '4'를 넣은 만큼 자신 있고 완벽한 기술"이라면서도 "오프로드만을 위한 기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라브4 하이브리드는 제법 난이도가 있는 소남이섬의 험지에서 수준 높은 사륜구동의 맛을 보여줬다. 토요타의 노림수 그대로 라브4 하이브리드가 어떤 레저나 아웃도어 그리고 일상적인 라이프 스타일에서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했다.

E-Four의 순기능이 험지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노면 상태가 고른 서울~양양 고속도로에서 빠르게 차선을 변경할 때, 청평 IC를 빠져나와 소남이섬으로 이어지는 지방도의 굽은 구간을 빠르게 공략할 때 엔진 토크의 전·후륜 배분을 통해 안정적인 자세와 균형을 유지하도록 도왔다.

두말할 것도 없이 라브4 하이브리드의 정숙성은 차급과 차종을 가릴 것 없이 압도적이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빼면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된다. 토요타 관계자는 "꽤 많은 공을 들여 N.V.H 대응을 했다"라면서 "외관 디자인에서도 공력 효율성 못지않게 풍절음 발생을 최소화한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노면의 잔진동까지 흡수하는 쇽업소버의 세팅도 뛰어나다. 기본적으로 대응력이 뛰어난 더블 위시본을 후륜에 장착해 놓고 쇽업소버의 각도를 조금 더 세워 아주 작은 진동까지 이겨 내도록 했다는 것이 토요타의 설명이다. 실제로 과속방지턱을 앞에 두고 감속을 하지 않고 타고 넘어도 후미의 상하 놀림이 놀랍도록 유연하다. 쿵이나 통이 아니라 '슉' 이 정도다.

속도는 기분 좋게 상승한다. 이전 세대의 라브4 또는 다른 브랜드의 하이브리드카에서 나타나는 발진, 가속의 순간에 모터가 개입하는 이질적 반응들이 완벽하게 제거됐다. 출발해서 중속에서 고속으로 이어지는 어느 한순간도, 또는 급가속을 감행해도 다르지 않다. 기분좋은 일관성이 주행 내내 이어지는 맛이 아주 찰지다.

짧은 거리의 시승, 따라서 연비는 믿을 것이 못되지만 라브4 하이브리드는 그 험한 운전을 받아 들이고도 평균 14.5km/ℓ를 기록했다. 라브4 하이브리드 AWD의 복합연비는 15.5km/ℓ, 일상적인 주행이라면 공인 수치 이상은 쉽게 찍을 것이 분명하다. 라브4 하이브리드에는 2.5ℓ 다이내믹 포스 엔진이 탑재돼 있고 여기에서 222마력의 시스템 총 출력과 22.5kgf. m의 최대 토크가 나온다.

달리는 맛, 어려운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 못지않게 생김새의 변화도 크다. 크로스 옥타곤, 그러니까 격투기 UFC의 링 8각형을 여기저기 방향으로 교차시켜 나오는 단면들로 라브4의 외관을 완성했다는 것이 토요타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라브4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부위는 보기 드물게 또렷하고 복잡한 형태의 단면들로 채워졌다.

차체의 변화도 크다. 전장은 4600mm로 5mm가 줄었고 전고는 1685mm로 무려 20mm나 낮아졌다. 앞과 뒤 오버행의 길이도 모두 짧아졌고 최저 지상고는 15mm낮아진 반면 시트는 그만큼 낮아졌다. 트렁크 용량도 30리터 증가했다.

실내의 도어 그립, 센터 콘솔과 에어 벤트의 주변에서도 옥타곤의 틀이 보인다. 덕분에 외관과 실내는 이전의 수더분한 느낌 대신 날카로움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앞 범퍼에서 시작해 휠 하우스, 측면에서 후면 범퍼로 이어지는 플라스틱 스키드 플레이트도 라브4가 SUV라는 것을 분명하게 해준다.

안전장치도 충분하다. 긴급 제동 보조시스템(PCS),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 오토매틱 하이빔(AHB)로 구성된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가 기본 사양이고 여기에  8개의 SRS 에어백, 사각지대 감지 모니터(BSM), 그리고 전자식 주차브레이크(EPB) 및 오토 홀드 기능이 추가돼 있다.

전장과 전고를 낮추고도 80mm 이상 늘어난 휠 베이스(2690mm) 덕분에 실내의 공간은 여유가 있다. 1열 시트에는 열선과 통풍 기능이 제공되고 열선은 2열에도 적용돼 있다. 2단으로 바닥 높이의 변화가 가능한 트렁크 용량에도 여유가 있다. 트렁크는 스마트키만 소지하고 있으면 가벼운 발동작만으로도 열린다.

조목조목 살펴보면 아쉬운 것들도 있다. 클러스터의 트립 컴퓨터가 아직 한글화되지 않았고 7인치의 내비게이션 사이즈도 요즘의 트렌드와 거리가 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 자리를 빼면 콘솔에 소품을 보관할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이 없다는 것, 파노라마 선루프 선택이 불가능하고 애플 카플레이와 같은 커넥티드 기능도 절대 부족하다. 요즘 차에서 아주 일반적인 사양들인데 한국토요타는 "시장의 반응을 보고 신중하게 도입을 검토할 사항들"이라고 말했다.

<총평> 라브4 하이브리드는 같은 차종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차 이상으로 힘있게 잘 달리고 잘 서준다. 게다가 정숙하며 차체의 반응도 유연하고 능숙하다. 오프로드에서 보여준 능력도 기대 이상이다. 그러나 트랜드를 쫓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 토요타는 구구절절 해명했지만 커넥티드 기능과 같이 소소한 것들의 아쉬움이어서 더 아쉽다. 가격은 4580만원(가솔린 3540만원/2WD 하이브리드 3930만원)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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