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열전 #5 '렉스턴 스포츠 vs 콜로라도' 멋스러운 트럭 전쟁

오토헤럴드 조회 2,431 등록일 2020.02.14

국산 픽업 트럭의 원조는 한국 최초의 자작차로 알려진 시발을 기반으로 한 '시발 픽업 트럭'이다. 1957년 출시된 시발 픽업 트럭은 배기량 2250cc 4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지만 최고 출력은 28마력 밖에 내지 못했다. 힘이 부족한 탓에 화물 적재 능력은 300kg에 불과했다. 생산 대수는 단 두대.

1964년 대동공업이 56마력의 최고 출력으로 350kg의 적재 능력을 갖춘 디젤 픽업 트럭을 내 놨지만 근거리 수송이 많았던 당시의 상황에서 소나 사람이 끄는 수레의 경제성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단명했다. 기아자동차의 전신인 기아산업이 1962년 공개한 삼륜차 K-360은 달랐다.

일본에서 기술과 자본을 축적한 김철호 사장이 일본 마쓰다와 기술 제휴로 개발한 K-360은 성능과 적재 능력이 앞서 출시된 픽업 트럭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좁은 골목길을 자유자재로 누비는 뛰어난 기동성과 일제 부품을 조립한 내구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 이후 1974년까지 7742대가 판매됐고 운행이 가능한 1972년산 모델이 한 때 10억원을 호가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가격은 52만원.

1982년 현대차가 해치백 포니를 개조한 픽업 트럭을 출시했고 코티나와 기아 브리사, 대우 맥스 픽업으로 명맥이 이어졌지만 지금까지 국산 픽업 트럭의 계보를 유지하고 있는 모델은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가 유일하다. 쌍용차는 무쏘와 액티언, 코란도 그리고 렉스턴에 스포츠라는 서브 네임을 달아 국내 완성차 가운데 유일하게 픽업 트럭을 팔고 있다.

유일한 픽업 트럭답게 시장 지배력은 막강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에 화물 픽업 등록 대수 30만여대 대부분이 쌍용차 앰블럼을 달고 있는 것으로 보면된다. 쌍용차에 따르면 1세대 무쏘 스포츠, 2세대 액티언 스포츠, 3세대 코란도 스포츠, 4세대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칸의 누적 판매 대수는 올해 1월 기준 38만7110대.

최고의 히트작은 렉스턴 스포츠다. 2018년 첫 출시된 렉스턴 스포츠는 G4 렉스턴을 기반으로 한 우직한 외관에 20인치 대구경 휠과 1011ℓ의의 대용량 테크, 7인치 TFT LCD 슈퍼비전 클러스터, 고급 나파 가죽 시트 등 고급 사양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적수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2018년 4만2021대가 팔렸고 지난해 4만1330대를 기록해 쌍용차 라인업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최고 출력 181마력(4000rpm), 최대 토크 40.8kg.m(1400~2800rpm)의 성능을 발휘하는  e-XDi220 LET 디젤 파워 트레인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로 조합된 검증된 성능, 그리고 때 맞춰 북미 시장에서 불어 온 픽업 트럭 열풍이 큰 몫을 했다. 북미 시장의 픽업 트럭 수요는 연간 300만대 가량.

시장이 확장되면서 눈독을 들이는 경쟁사도 생겨났다. 국내 투입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현대차는 싼타크루즈 개발에 한창이고 쉐보레는 북미에서 생산된 콜로라도를 지난해 8월 전격 투입했다. 쉐보레는 픽업 트럭 100년의 역사와 북미 시장에서 포드 F 150, 쉐보레 실버라도와 함께 존재감을 자랑하는 정통성을 내 세웠다. 강력한 이미지에 사이즈가 큰 요소를 강조해 듬직한 외관을 자랑하는 것이 콜로라도의 특징.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5415mm, 1830mm, 1885mm에 휠베이스 3258mm의 동급 최고의 크기를 자랑하는 콜로라도는 최대 3.2톤의 견인력을 갖춘 4도어 크루캡 쇼트박스로 정통 픽업 트럭의 요소를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파워트레인은 최고 출력 312마력과 최대 토크 38.0kg.m의 3.6리터 6기통 자연흡기로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와 파트타임 4WD 시스템이 맞물리고 상황에 따라 실린더를 가변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오프로드와 같은 험지에서의 기동성은 렉스턴 스포츠보다 한 수위로 평가된다. 엄청난 수의 모델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북미 픽업 트럭 시장에서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는 테일 게이트의 기능이 풍부한 것도 장점이다. 차체 강성이 견고해 어떤 형태의 포지션에서도 테일 게이트를 비롯해 모든 도어가 문제없이 작동되는 것도 인상적이다. 픽업 트럭의 기본기도 뛰어나다. 리어 범퍼의 코너 스텝과 그립, 카고 램프와 리어 슬라이딩 도어 등은 렉스턴 스포츠에 없는 것.

싸움의 승패는 가격과 브랜드에 대한 인식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렉스턴 스포츠는 자동변속기를 기준으로 2715만원부터 시작하지만 콜로라도는 1000만원 이상 비싼 3855만원부터 팔린다. 렉스턴 스포츠의 롱 버전 렉스턴 스포츠 칸의 시작 가격도 2886만원이다. 쉐보레는 콜로라도의 판매 추이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콜로라도의 지난 1월 판매 대수는 전월 대비 20.3% 증가한 777대로 쉐보레 전 라인업 가운데 스파크에 이어 가장 많은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픽업 트럭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의 강력한 지배력을 쉐보레의 리얼 아메리칸 픽업트럭 콜로라도가 어떻게 공략하고 성과를 거둘지, 혹여 현대차가 싼타크루즈를 투입했을 때 시장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를 지켜보는 것도 올해 관전 포인트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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